Projects
Exhibition
전시기간ㅣ2024.09.13(금) - 10.06(일)
10:30am - 6:30pm
주소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4, 1층 arte k
주차 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3 아트타워 (유료)
임승현 작가는 지난 개인전 «My Private Garden»(2023)을 통해 우리의 삶을 정원에 비유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꾸리며 살아가는 존재들을 조명했다. 애정 어린 관찰자의 시선으로 다채로운 삶의 장면들을 펼쳐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제 그 눈길을 정원 너머, 무한히 뻗어 있는 ‘길’로 향한다. 소설에서 서술자의 위치(시점)를 설정하여 이야기의 전달 방식을 구성하듯, 아르떼케이와 두 번째로 함께 하는 이번 개인전 «Pilgrim»(2024)에서 작가는 스스로 관찰자이자 주인공이 되어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른 청춘을 지나 내 모습이 변해가는 낯섦도, 나무처럼 곁에 있던 가족을 잃은 낯섦도 느끼면서(작가 인터뷰)’ 작업의 길을 이어온 임승현 작가는 유한한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떠나는 순례자(Pilgrim)와 같다고 느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인생이라는 여정의 의미를 그림으로 찾고자 한다. 스스로를 ‘엉터리 농사꾼’으로 칭하는 작가에게 그림이란 밭을 일구고 나무에 열매를 맺게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열매가 얼마나 크고 멋진 모습으로 잘 영글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 매일 햇볕을 쬐어주고 나무에 물을 주는 ‘가꿔주는 생활’에 더 큰 기쁨이 있는 듯하다. 그렇게 매일 성실히 가꾸어 나가는 일상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존재들이 작가의 그림에서 가장 빛나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임승현 작가는 ‘Pilgrim’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먼 곳인 줄 알면서도 / 힘든 줄 알면서도 / 아픈 줄 알면서도 / 되돌아오지 못할 걸 알면서도 / 우리는 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며 길을 떠난다(작가 노트).’ 전시장 곳곳에서 우리는 작가가 떠나온 길 위에서 때로는 주저했던 발걸음, 그럼에도 다시 여정을 출발하는 발돋움들을 마주하게 된다. 임승현 작가가 걸어온 길 위로 남겨진 각기 다른 모양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며, 그림으로 향하는 작가의 마음에 공명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기획, 글 : 이성현 (arte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