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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s

Exhibition

전시기간ㅣ2024.12.11.(수) - 12.31.(화)
10:30am - 6:30pm

주소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4, 2층 arte k
주차 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3 아트타워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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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시경

박미란(큐레이터, 아라리오갤러리 팀장)


불꽃의 타는 속내를 보고자 하는 시선이 있다. 검붉게 이글대던 그때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 잔해가 된 지금의 기억 속 남은 불씨를 구해내듯 파고드는 응시로서다. 가장 뜨거운 것을 묘사한 유석일의 화면은 주로 시리도록 매끈한 표면으로서 갈무리된다. 투시경의 끝자락에 놓인 렌즈의 불가피한 장벽처럼, 유석일이 불길의 내면을 목격하기 위하여 거듭할 수 있는 일이란 이미 주어진 시야의 장막 위에서 제한된 기억의 조각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모든 보통의 것들은 그 안에 각자의 우주를 품고 있다. 평범한 사물과 보편적인 사건들, 익숙한 날들과 낯익은 사람들 모두 매순간 각기 다른 세상을 머금는다. 빛바랜 기억 속에도, 흐릿한 사진 안에도 가까이 볼수록 무한히 넓어지는 세계가 있다. 꺼질 듯이 작은 불꽃을 몸보다 큰 규모의 화면 위에 확대하여 그린 <부식>(2024) 연작의 화면은 지나간 찰나의 광활함을 세세히 복기하고 감각하려는 노력에 다름없다. 까맣게 타고 남은 잿빛 화로의 깊은 내부를 들여다보며 켜켜이 묻힌 기억의 유물을 발굴하는 일이다.

또 다른 한편에 물의 풍경이 있다. <물빛>(2024)의 화면은 깊이 모를 수심 위에 가뿐히 올라탄 도시의 빛무리를 묘사한다. 보다 원거리에서 눈길을 던져 전경의 해상도를 깨뜨리듯 초점을 흐린 가운데, 스스로 날아온 근원의 윤곽을 어렴풋이 간직한 빛의 편린들이 낱낱의 불티처럼 일렁인다. 물의 피부는 멀리에서 온 빛의 영혼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투시경이 된다. 차가운 수면 위 반짝이는 윤슬이 은연 중에 내비치는 따뜻함처럼, 어떠한 종류의 진실은 먼발치에 두고 보아야 비로소 드러난다.

유석일의 회화는 늘 직접 목격한 일상의 모습을 소재로 취한다. 습관처럼 남긴 사진 기록 가운데서 회화의 재료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NJ19>(2024) 연작은 뉴저지에 머물 당시 버스 차창을 통하여 본 단편적 장면들을 재료 삼는다. 직관에 따라 순간적으로 촬영한 사진들, 오래된 시공 속 흔들리는 이미지들을 돌이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지나가는 순간들, 모호해진 기억들, 조각난 장면들의 파편을 확대하고 비껴 보고 회화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 속에서 작가는 익숙한 시야의 바깥으로 미끄러진 무엇을 발견하고자 시도한다.

회화의 화면 위 에어브러시로 분사한 낱낱의 방울들이 조각난 픽셀의 경계를 세밀하게 메워낸다. 눈으로 목격할 수 없는 세상의 일각을 상상에 기반한 착시로서 채우는 일과 같이 말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불완전한, 그러나 그로써 견고한 저마다의 이미지가 시선 앞에 놓인다. 화면은 유리로 지은 하나의 관문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한편 그 내부로 가라앉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담보한다. 지나간 불꽃 뒤에 남은 부산물과 아득한 수심 위에 산란하는 물빛 가운데 숨은 세계를 투시하려는 시도로서, 오래된 비밀을 목격하기 바라는 열망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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