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s
Exhibition
전시기간ㅣ2024.08.30(금) - 09.20(금)
10:30am - 6:30pm
주소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4, 2층 arte k
주차 ㅣ서울 강남구 언주로 172길 23 아트타워 (유료)
아르떼케이는 노한솔, 박소은, 현오 작가의 3인전 «FLASH!»를 개최한다. «FLASH!»는 한국화 매체에서부터 출발하여 각기 다른 조형 언어를 만들어가는 젊은 미술가들이 맞닥뜨리는 일상의 순간, 이미지로 변모하는 대상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시는 “이미지란 과거에 있었던 것이 현재와 섬광처럼 한순간에 만나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는 것이다”* 라는 문장을 빌려와 시작된다. 별자리는 실상 별들의 관계를 인류의 필요에 의해 조합하고 해석한 모양이다. 별마다 지닌 고유의 좌표로 별들의 묶음을 별자리로 읽어내지만, 이것은 별들의 논리적 관계나 절대적 위치가 아닌 별빛이 도달하는 지구의 입장에서 해석된 풍경이다. 별 하나가 다른 별들과 배치되는 관계 속에서 그 존재가 증명되는 것처럼, 전시는 일상에서 섬광처럼 맞닥뜨린 장면들의 관계를 탐색하며 겹쳐진 레이어 혹은 벌어진 간극 속에서 독립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 세 작가의 작업 과정에 주목한다.
노한솔(b.1991)은 주어진 시각 정보와 이를 인지하는 태도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이미지 실험을 전개한다. 장지 위에 먹과 스프레이를 재료로 텍스트를 회화화한 <no, it is a word(사랑은 단어요 )**>(2022)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를 차용하여 물질적인 기호 체계로서의 언어가 지닌 속성을 짚고, 그 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작가는 그 화두를 <사 랑 해>(2024)로 확장하여 풀어낸다. 화면 위에는 ‘모래(사)’, ‘그리고(랑)’, ‘바다(해)’, ‘물음표’로 읽히는 개별적인 존재들이 남겨지고, 관객은 글씨와 의미를 대치하거나 조합, 분리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정보를 인지한다. 노한솔은 회화의 프레임 너머에서 작동하는 개인의 경험과 학습되어 고정된 정보의 존재를 상기하며, 무언가를 인지하거나 정의 내리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박소은(b.1994)은 삶의 궤도에 안주하고자 하는 일상성과 그 궤도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충동 사이에서 심리적 환경에 공명하는 이미지를 발굴한다. <낯선 사막>(2022) 시리즈에 이어 <낯선 항해>(2024)에 등장하는 기둥은 무언가를 받치는 용도에 귀속되지 않고 오브제로만 남겨진 모습이다. 박소은은 유용성을 잃은 사물을 화면 속에 배치하여 일상에서 당연시되는 규범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그 잔해를 회화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정의 내려진 범주에서 탈락되어 부유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는 시선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낯선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틀을 새롭게 환기한다.
현오(b.1996)가 장지 위로 겹겹이 불러오는 세계는 개인에게 내재된 기억에 닿아있다. 화면 속 주로 등장하는 소재인 눈(snow)은 켜켜이 쌓여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녹아 사라지는 무수한 이야기를 은유한다. 해가 지지 않는 여름 밤을 배경으로 그린 <백야>(2024)에서 마주하는 설경은 곧 햇살에 녹아 상실될 이 순간을 예측하게 하면서도, 그 햇살은 <눈이 녹은 후에>(2024)에 등장한 인물의 맨 살갗과 검은 머리카락 위로 강렬히 쏟아지며 그 이후의 순간을 찬란하게 조명한다. 흘러간 시간 속 인물과 풍경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기억 속에서 끌어내는 현오는 섬광처럼, 우리를 그때 그곳으로 이끈다.
이처럼 세 작가는 도처에서 이미지가 되는 우연과 맞닥뜨리고 그 관계를 탐색하는 데 몰두한다. 나아가 경험과 사고의 순간을 사소하게 비틀어 응시하고(노한솔), 부유하는 중간자들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고(박소은), 지난 기억 및 감정과 조우시키는(현오) 방식으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 곧 그것은 “기호학의 성긴 망을 빠져나오는 모든 것, 그것을 감추고 있는 꿈의 수수께끼 이미지들, 퍼즐 그림 같은 꿈의 이미지들”*** 일 것이다.
기획, 글: 이성현 (arte k)
*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p.1054
** 영화 매트릭스III (The Matrix Revolutions, 2003) 속 대사. 영화에서 네오는 의문이 생겨 묻는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어떻게 사랑을 압니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답한다. “사랑은 단어입니다.” (노한솔 작가노트)
*** 롤프 티테만, 「편집자 서문(정지상태의 변증법)」,『아케이드 프로젝트』, p.55